플랫폼: PS5, PS4, PC
출시일: 2022년 7월 19일
가격: 34,800원 (최근까지 최대 20% 할인 : 27,840원)
등급: 12세 이용가
개발: BlueTwelve Studio
모드: 일인용 비디오 게임
언어: 한국어 지원
장르: 3인칭 어드벤처
Intro
'더 게임 어워드(GOTY)' 최종 후보에 인디게임이 올라갔다고?
어느 정도길래 고티 후보가 되나 기대감을 갖고 바로 구매했다. 플레이 타임은 짧아서 금방 엔딩을 볼 수 있었고, 엔딩 크레딧을 보며 '이래서 고티 후보에 들었구나'라고 인정을 안 할 수 없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스토리, 완성도, 그래픽, 심지어 '고양이' 시점의 독특한 플레이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이러니 내가 인디게임을 못 잃는다.
인디게임의 큰 매력은 무엇일까?
나는 저니, 압쥬(ABZU), 리틀나이트메어와 같은 인디게임을 좋아하는 편이다. 인디게임은 그래픽이 부족할 거란 편견이 있는데, 실제로는 뛰어난 그래픽을 가진 게임들이 많다. 진짜 사람 같은 리얼리티 하게 표현한 게임도 있지만, 캐릭터 디자인을 심플하게 표현하면 반대로 배경 그래픽에 힘을 줬다던지, 그런 강약조절을 조화롭게 잘 해놔서 오히려 예술작품 같아 보인다는 점이 인디게임의 큰 매력포인트이다.
예술 작품처럼 비움의 미학을 적절하게 담아낸 그래픽은 시간이 지나도 촌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옛날 게임은 그래픽이나 색감에서 촌스럽고 어색한 느낌 때문에 손이 안 가지만, 인디게임은 시간이 지나도 시각적인 측면에 전혀 부담이 없다. 나는 아직까지도 출시 된지 시간이 많이 지난 '저니', '압쥬(ABZU)'에서 못 벗어났다. 조카가 더 크면, 이 게임을 하게 해야겠다는 미래 계획까지 있을 지경이다.
웰메이드 인디게임은 담고있는 메시지도 남다르다. 기존 유명한 게임들은 하나의 거대한 서사, 몇 권짜리의 판타지 소설 같다면, 인디게임 은유적인 단편소설과 같아서 플레이어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줄 때가 많다. 메타포적인 것도 많다 보니, 인디게임을 하고 나면 늘 여운이 진하게 남는다.
그런데 고티 후보에까지 올랐다니? 예술성은 물론이요, 게임성까지 완벽하게 증명 됐다는 소리다. 이러한 웰메이드 인디게임은 살면서 반드시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꼭 플레이 해보길 바란다.
게임 소개 / 세계관 / 프롤로그(약스포)
유비소프트에서 나온 이들이 모여 차린 프랑스의 인디 게임 개발사 블루트웰브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3인칭 어드벤처 게임으로 특이하게도 주인공이 인간이 아닌 고양이이다. 이 때문에 고양이의 시점으로 진행되며, 컴패니언이라는 로봇들이 살고 있는 사이버펑크풍의 도시에 모종의 경로로 들어가게 되었고 이곳을 탈출해 새로운 집과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고대의 미스터리를 풀며 모험하는 내용을 담은 게임이다.
게임의 프롤로그는 거대한 외벽 틈새에서 살고있는 고양이들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우애 좋은 고양이들이 이동하며 지내는 모습은 평소 길냥이들의 모습과 흡사하기 때문에, 익숙하고 평화로운 느낌이다.
하지만 평소처럼 이동하던 도중, 부식된 파이프가 부러지면서, 주인공 고양이 홀로 지하로 떨어진다. 가족들과 떨어지게 된 고양이는 지하 하수도를 빠져나오고 고대도시 '데드시티'를 발견하게 된다.
가족과 헤어지고 길을 잃고만 외로운 고양이는 오래 전 잊혀진 도시를 탈출하기 위해 고대의 신비를 풀어야 합니다.
사이버 펑크풍의 빛 한점 없이 네온사인만 가득한 고대 도시에 들어왔지만, 사람은 없다. 왜 없는 걸까? 그리고 사람의 영혼을 가진 이 로봇들은 누구인가? 이런 수수께끼를 풀며, 이곳을 탈출해 가족들에게 돌아가고자 하는 치즈 고양이의 모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뻔하지 않고,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인류의 삶을 빗대어 보여준다는 걸 걸 느낄 수 있다.
장점 - 1. 좋은 스토리엔 장르고 뭐고 없다. 취향 위에 서사있다.
나는 유난히 사이버펑크, 디스토피아,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같은 장르에 약하다. 마이너 장르는 맞지 않나? 특히나 사이버 펑크 세계관에 정말 약하다. 어릴 때부터 로봇은 그냥 안 좋아했기 때문에 트랜스포머도 안 봤다. 마블 시리즈 중에 아이언맨과 가디언즈오브 갤럭시를 안 봤으니 말 다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볼 거 다 보고 이제 볼 게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장르를 넓혀갈 수밖에 없었다.
취향인 장르랍시고 눈 버리는 문장력을 볼 바엔, 어려운 장르에 좋은 필력인 글을 보는 게 훨씬 좋다는 건 누구나 공감할 거다. 없어서 못 먹으니 어떡해? 영역이라도 넓혀야지. 그렇게 넓혀오다 보니, 어느샌가 무협지까지 보는 삶을 살고 있다. 아버지랑 중국 무협드라마 보면 내가 옆에서 저건 어떤 무공인지 설명하고 있을 정도다.
그렇기에 이제 나는 장르에 있어서 오픈마인드를 갖게 됐다.
사실 아직까지도 사이버펑크는 정말 너무 꺼려지는데, 아니 고티 후보래잖아? 이유가 있겠지 라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고티는 게임계에 있어서 아카데미, 황금 종려상 같은 느낌이다.)
결과는.. 어? 나 사이버펑크 좋아하네? 역시 대중의 선택, 전문가의 선택엔 이유가 있다!
장르 위에 스토리 있다. 정말 좋은 스토리가 내가 못 먹는 장르도 떠먹여 준다. 이 게임으로 인해 오늘도 내 영역을 한 걸음 넓혔다. 이래서 사람들이 추천하는 건 묻고 따지지 말고 사야 한다니까.
사이버펑크가 이렇게 감성적인 거였나? 이렇게 심금을 자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차가운 분위기에 따뜻함을 연출하다니. 이건 반칙이지. 사이버펑크나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같은 분위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해보길 추천한다. 나도 먹었는데, 여러분이라고 못 먹을 이유는 없는 없다. 제발 잡숴봐.
장점 - 2. 예술적인 그래픽
가장 인디게임의 그래픽적인 장점을 극대화한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형 개발사가 아닌 곳에서 인디게임을 내는 것 자체부터 큰 도전이기 때문에, 그동안 스토리적인 측면이나 그래픽, 사운드 측면에서 도전하는 것을 많이 봐왔다.
스트레이 또한 게임에 여러가지 시도를 했고, 결과는 아주 성공적인 것 같다.
일단 고양이 시점으로 플레이를 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다. 시야는 굉장히 낮지만, 고양이만이 갈 수 있로 이동하는 재미가 있고, 퍼즐도 고양이의 특정 행동으로 풀 수 있어서 실제 고양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고양이라고 해서 의인화한 고양이가 아니라, 실제 고양이를 움직이는 느낌이라 더 이 게임의 특별함을 높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낮은 시야다보니, 게임하다가 종종 멀미해서 쉬어줘야하는 웃픈 상황도 발생했다.
또한, 이미 고양이 시각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것 자체도 독특한데, 그래픽적인 부분도 큰 장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캐릭터 디자인은 보다시피 단순하고 심플하게 되어있다. 고양이도 어떻게 보면 털 하나하나가 묘사하지 않고, 심플하고 종이스럽게 표현했다. 그 점이 그래픽이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단순하게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인체드로잉 초고수인 것과 같다. 피카소처럼 잘 그리는 사람이 단순하게 디자인하면 정말 정제되고 세련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스트레이 또한 단순하게 표현한 것들이 오히려 게임 분위기와 더욱 잘 어울려서 게임성을 크게 높여준다.
캐릭터 디자인에서 비움의 미학을 보여줬으니, 배경 그래픽에서 얼마나 힘줬는지는 보면 느낄 수 있다.
배경 그래픽은 하는 내내 감탄이 나온다. 와 이게 인디게임이라고? 대기업 다니는 인재들이 회사를 차리면 이런 게임을 만드는구나 싶다. 하긴 인디게임이라고 사원수가 적은 게 아니지. 하핫..
아무튼, 배경그래픽에 영혼을 갈아 만든 게 느껴져서 인디게임 배경그래픽 같지 않게 느껴진다. 사이버 펑크의 특유 분위기도 잘 살리고, 동시에 포스트 아포칼립스 같은 분위기도 동시에 자아낸다. 어떨 땐, 홍콩 중경삼림의 아파트, 민가 같은 모습까지 보여준다. 맵이 좁지 않다 보니 다양한 분위기에 때때론 어둡고 무서운 분위기까지 만드니, 하면서 지루할 틈이 없다.
장점 - 3. 짧은 플레이 타임이지만 작지 않은 넓은 맵, 다양한 퍼즐
게임 안에 풀 수 있는 퍼즐이 다양하다. 하지만 퍼즐 말고도 액션적인 측면도 넣어서 게임하는 내내 놀랍게 만들었다. 액션, 레이싱, 머리 써서 퍼즐 푸는 것까지 다채롭게 담아냈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플레이했다.
또한 적절할 때, 게임이 엔딩이 났다. 스토리적인 측면상 완벽한 끝맺음이긴 했지만, 엔딩을 더 틀어서 게임을 더 길에 만들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더 큰 서사를 만들면 대작 중에 대작이 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그리고 인디게임 맞나? 솔직히 말해서 내가 해왔던 인디게임들 중 가장 할 게 많다. 요새 인디게임 허들이 많이 높아진 것 같다. 게임 곳곳에 다양한 퍼즐과 숨겨진 아이템을 찾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맵도 넓은 편이고 챕터마다 오픈월드처럼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을 많이 만들어놔서 소소하게 찾는 재미, 풀어가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단순히 찾기만 반복하는 노가다 적인 부분과, 보상적인 부분이 크게 와닿지는 않기 때문에, '호그와트 레거시'처럼 큰 흥미를 끄는 건 아니다. 그래도, 충분히 본편 스토리 외에 즐길 요소들을 많이 넣어놨고, 게임을 끝낸뒤에 이런 퍼즐 요소를 다 해결하고자 재접속할 것 같다.
단점
단점이라기 보단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까 말했듯 사이드 퀘스트 같은 것을 더 재밌게 만들었으면 좋을 것 같다. 보상으로 고양이 옷을 준다던지. 고양이 색을 바꿀 수 있다던지. 이런 점이 덕후들을 미치게 만들기 때문에, 컬렉션처럼 모으기 위해 다시 재접속하게 만든다.
리틀나이트메어, 저니, 압주를 봐라. 복장 얻겠다고 유저들이 임하는 자세부터 다르다.
근데 스트레이는 고작 배지 모으기이기 때문에..^^ 클립배지 어디에 쓰는데. 딱지 모으기야 뭐야? 고양이 옷에 달고 다니는 거면 인정. 근데 그것도 아니고, 그냥 큰 쓸모가 없는 보상이다. 이 점이 좀 아쉽지 않나 생각이 든다. 차라리 보상으로 사이버펑크식 모자를 준다던지. 고양이 행동을 준다던지 하면 얼마나 좋아? 어?
그런 보상적인 측면에선 큰 기대하지 말고 게임하길 바란다.
총평
오래간만에 인디게임 너무 괜찮은 게임을 해서 기분이 참 좋았다. 이 여운을 잊지 않기 위해 게임 끝내자마자 후다닥 쓰러 왔다. 그동안 한 게임이 정말 많지만, 이렇게 길게 쓸려면 거의 최면으로 그 당시 기억을 끌어와야 할 지경이라 골머리 아팠는데 와중에 좋은 게임을 하고 바로 리뷰를 쓸 수 있어서 감사하다.
요새 게임 가뭄이다. 대형 제작사에서 게임 하나 내는데 몇 년이 걸리고, 1년에 괜찮은 게임 두세 개 나올까 말까이다.
때문에 강제로 분기마다 게임을 하는 삶을 살고 있었는데, 짧고 강렬한 인디게임을 한 판하고 나니 다시 새로운 게임을 찾을 의욕이 생기는 기분이다.
게임 권태기를 겪고 있는 분들이나, 무거운 게임에 부담을 느낀다면, 가볍게 이 게임을 해보길 추천드린다.
대형 제작사 게임보다는 부족할 순 있지만, 하고 나면 전혀 그런 아쉬움이 안 든다. 적당한 가격에 넓은 맵, 좋은 스토리, 괜찮은 그래픽으로 만족 안 할 수 없을 것이다.
평점
●●●●○
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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